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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뚝뚝하고]

태생부터 그런 것인지 매사에 무덤덤하고 큰 관심을 주지 않는다. 주변에서 아무리 귀찮게 굴어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소년의, 그리고 또 다른 소년의 얼굴을 보고 다가온 이들은 제풀에 지쳐 떨어져 나가기 일쑤다. 

표정 또한 항상 똑같은 무표정이기 때문에 감정이 없다는 소문도 돌지만, 제 쌍둥이 앞에서는 웃기도, 찡그리기도 하니 소문이라고 다 신뢰성이 높은 건 아닌 듯하다.

[예민하지만]

무뚝뚝한 성격과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의외로 많이 예민하다. 제 예민함을 가라앉히기 위해 일부러 무뚝뚝하게 구는 이유도 있을 정도로.

미약한 불면증을 앓고 있는데, 겨우 잠들라치면 시계 초침 소리에 잠에서 깬다거나, 바람소리에 스트레스를 받는 등 너무 예민해서

한때는 제 쌍둥이를 피하기도 했다. 결국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못했지만.

[의외로 다정하지?]

믿기 힘들겠지만 소년은 꽤, 아니 매우 다정했다. 겉모습에 가려져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소년은 남을 배려하는 법에 익숙해져 있었으며

남에 대해 헐뜯는 일을 무척이나 혐오했다. 소년의 주변 사람들은 가까이 다가오려 하지 않았기에 몰랐지만, 소년을 잘 살펴보면 당사자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자연스럽게 배려를 하곤 했다. 가령, 제 짝지가 등교했을 때 의자를 빼준다거나 키가 작아 높은 곳에 손이 닿지 못하는 학우를 대신하여 꺼내준다거나.

[그럼에도 겁이 많아서]

기실 소년의 자연스러운 배려는 미움받기 싫어하는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행동이라, 소년은 종종 타인의 감정을 살피곤 했다.

제가 미움을 받는 것은 익숙하고 괜찮다지만, 저보다 늦게 입학한 제 쌍둥이가 나쁜 평가를 받는 것을 두려워하였기에 무리를 해서라도 행실을 바르게 하려고 늘 노력할 정도로.

그 애정은 기이하고 약간 비틀려있지만 뭐, 당사자들이 좋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렇다면 소년은?]

모든 과정의 결과가 한 사람을 지목하는 소년의 평소 행실에서, 소년의 본심을 알아차릴 확률은 얼마나 될까?

소년은 늘 노력한다. 늘 인내하고 늘 제 자신을 숨기며 쌍둥이보다 눈에 띄는 일을 싫어한다.

분명히 이 모든 행위들은 형제의 우애라고 할 수 있지만, 기실 소년의 눈에 띄기 싫다는 본심도 섞여있기에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